오늘은 해가 바뀌면서 발생하는
회사 내부적인 변경사항을 문제없이 적용하고 진행하기 위해
거래처의 자문을 구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주 길고 피곤한 대화가 오갔는데요.
점심식사도 거른, 약 2시간의 통화 끝에 문제는 해결했지만
양쪽 모두 진이 빠지는 그런 대화였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1
결정권자
저는 실무자에게 질문을 했고, 실무자는 결정권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정권자가 질문을 듣고, 질문이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아서 저에게 직접 연락을 했습니다.
문제를 풀어달라고 하는 것인지, 그 문제가 '도대체' 뭔지, 아니면 그저 정보를 알려주면 될 지 본인도 혼란스러웠던 것이죠.
우리 회사는 그의 수많은 거래처 중 하나이므로 관련된 모든 사항을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다만 결정권자께서는 질문이 뭔지 잘 몰라도, 오랜 거래처의 현재 상황과 저의 업무 스타일로 미루어 보건대 어렵고 복잡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통화가 시작되었을 때 질문을 정확히 파악하는 단계를 뛰어넘고
피곤함이 예상되는 일을 왜 피곤한지 이해시키고 피곤하지만 실행해야 하는 당신의 상황을 오히려 어필하는 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2
실무자
저의 질문을 '나름대로' 이해했지만 결정권자에게 보고했을 때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수많은 거래처 중 하나인 것은 결정권자와 동일한 입장이지만
실무자들은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 익혀 둔 배경지식과 실무 노하우들이 있습니다.
거래처 담당자와 대화할 때 이해도와 싱크로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어서 서로 감사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번에는 그 노하우들이 '문제를 정확히 모르지만 안다고 생각하게' 한 것입니다.
급한 안건이라 빠르게 보고했지만 결정권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3
해결
저는 결정권자의 전화를 직접 받았을 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무자가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을 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통화를 하다 보니 질문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말꼬리를 물며 대화가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아주 길고 지루하게, 결정권자는 니가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는데 그건 안된다 를 반복했고
담당자는 그게 안되면 질문 자체가 성립이 안되니 막막한 상황에서 지엽적인 질문만 반복했습니다.
그 때 가만히 듣고 있던 실무자가 나서서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실무 수준에서 불필요한 개념은 제외하고 상황을 정리하니 질문이 명확하게 떠올랐습니다.
질문이 명확해지니 결정권자도 명확하게 답변을 줄 수 있었습니다.
아주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4
무엇이 문제였지
어떤 안건에 대해 잘 아는 실무자가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권은 없을 때
그에게 나의 문제를 의뢰해야 한다면,
그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당면한 문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실질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문제는 그가 결정권자에게 명확하게 질문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나의 질문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정권자에게 전달해야 했으므로
결정권자와 저의 길고 지루하고 피곤한 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실무자가 이 빙빙 도는 대화를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볼 수 있었기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결정권자가 저에게 전화하는 일 없이 문제가 해결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예상할 수 있게 되었네요)
5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늘의 에피소드를 통해 '문제 해결을 의뢰하는 방법' 을 나름대로 정리해봅니다.
-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 즉 목표를 세우고
- 문제를 정의하고
- 해결하기 위한 핵심 질문을 정리해서
-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위의 과정만 잘 해도 시간과 에너지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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