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가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설레거나 새로운 마음을 먹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제 춥던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것도 아니고
어제 입던 옷들을 오늘도 그대로 입을 것이고
어제 하던 걱정은 언제쯤 안 하게 될 지 모르고.
나이 먹는 티를 너무 내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뛰지 않는 가슴을 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음..
사실 조금 뛰는 것 같기는 한데요,
뛴다고 말해버리면, 마구 나댈 것 같아서 안하겠습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쿨한 척을 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 고 하는 것은, 어떤 일에 대해서는 자동 반사처럼 몸에 밴 쿨한 척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프로그래밍 된 반응입니다.
또는 반복되는 실패를 겪고 난 후의 자연스러운 행동이기도 합니다.
항상 지난 해를 생각하면 만족감보다는 후회와 반성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새 해에는 거대한 것을 이루고자 했고, 번번이 실패했던 것이죠.
그래서 '특별한 계획에 대한 계획' 을 세우지 않게 되었나 봅니다.
아, 호들갑 떨기 싫은 것도 있습니다.
호들갑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어서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는 있고 다짐도 합니다.
컴팩트하게 목표를 세우고 그걸 실행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쓸 데 없이 설레서 형용사가 덕지덕지 붙은 목표를 세우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내년 초 이사 준비라든지, 첫째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 준비, 둘째 아이의 중학교 진학 준비 등입니다.
이런 일들은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촘촘한 계획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들떠서 생각하다가 해야 할 것 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 채우는 계획표를 만들게 될까봐 조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새 해가 되었다고 건강 관리 계획을 세우거나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하는 일들은 따로 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일들을 계획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체크 리스트' 로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사건으로 기록되듯이, 나의 인생도 그럴 것입니다.
인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단위 시간과 그 루틴으로부터 벗어날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에 휘둘리기는 싫습니다.
일주일, 한 달, 1년의 달력에 할 일을 빼곡히 채워두고 나를 끼워맞추는 것보다는
내 리듬을 찾고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정확히 실행하는 것이 '나로써'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새해 첫 날에도 떠오른, 여전히 따뜻한 어제 그 해를 바라보며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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