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선생과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은 '오감이 자극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휴대폰을 들고 하루종일 숏폼 영상을 보는 딸들에 대한 아쉬움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기도 합니다.
항상 생각해봅니다. 숏폼이 실제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지, 아니면 스마트폰화면을 하루종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그저 '보기싫은' 것인지. 솔직한 마음은,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아쉬움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앞 뒤 없는 잔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동을 멈추고 '생각' 을 하려고 합니다.
30분, 1시간, 2시간.. 한번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영원히 보고 있을 것 같아서 한 마디씩 말을 건넵니다. 이제 많이 봤으니 책을 보라던지, 책상을 정리하라던지, 또는 그저 '그만하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입을 삐죽 내밀고 '5분만' 을 말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이유를 댑니다. 눈이 나빠진다, 목을 다친다, 가끔은 '뇌가 녹는다' 는 험한 말도 해봅니다. 아직 초등학생인 둘째는 뇌가 녹는다고 했더니 폰을 내려놓고는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군요. 오히려 달래느라 진땀을 뺀 후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중학생 큰 딸은 코웃음을 쳤구요.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도 멋적어하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습니다. 모종의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겠지요. 그 죄책감은 엄마/아빠의 반복된 꾸중으로 학습되었을 겁니다. 말하자면 '숏폼을 오랫동안 보고 있는 것'이 아닌, '엄마/아빠가 싫어하는 행동을 오랫동안 한 것' 에 대한 민망함인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엔 스마트폰으로 숏폼을 오래 보는 것이 왜, 무엇에 나쁜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을 겁니다. 엄마와 아빠의 설명은 아무래도 부족하거든요.
여러 가지 자료를 들어 설명할 수는 있지만 아직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개념들이라 길게 말하는 것은 단념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개념인 '도파민' 이라는 단어만 해도 어른이 알고 있는 뜻과 뉘앙스를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렵습니다. 어른은 많은 경험을 통해 어떤 개념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개념을 확장하거나 다른 개념과 연결시킬 만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면 아이들은 금새 지쳐버립니다.
결국 엄마 아빠도 오랫동안 숏폼을 보는 것이 왜 나쁜지, 경험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사실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없거든요.
아마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숏폼을 보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그건 정말로 '중독적' 이니까요.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 합니다.
저희는 숏폼을 보는 것 자체를 문제삼지 않고, 숏폼 컨텐츠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함께 세우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숏폼을 보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어른이 보는 것을 아이들이 똑같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알고리즘은 특별한 설정을 해두지 않는 이상 연령과 무관하게 관심사만으로 컨텐츠를 추천하니까요.
그러므로, 아이들이 컨텐츠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함께 만들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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