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싱크대 아랫쪽 하수관이 막혀서 직접 뚫었습니다.
한 달쯤 전부터 눈에 띄게 물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급기야는 역류해서 하수관 밖으로 넘쳐버렸습니다.
2
하수관 안쪽에 기름이 잔뜩 끼어 있을테니
덩어리를 깨는 작업을 할까 했는데
하수관 속 이물질들을 흡입하는 장비가 있더라구요.
관 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져서, 주문했습니다.
장비는 진공청소기에 연결해서 관 속의 이물질을 빨아내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통이 있어서 흡입한 것들은 그곳에 모이고
진공청소기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신반의, 잘 될까 하며 작동을 시켰더니
후두두둑- 하면서 관 속에서 나온 것들이 통에 모이는데
일단은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그리고 곧, 정말 엄청난 악취가 납니다.
코가 썩는 것 같습니다.
통을 두 번이나 비웠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이러니, 당연히 막히지.
빨아내다 보면 더 이상 이물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마조마하며 물을 틀어 봤더니
시원하게 잘 내려갑니다.
작업 만족도 최상, 아주 후련합니다.
3
3년쯤 전에, 이사온 지 얼마 안됐을 때도
같은 하수관이 막혀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어떤 조짐도 없이 갑자기 역류해서 크게 당황했었지요.
급히 하수구 뚫는 기술자 선생님께 연락해서
하수구 안쪽 기름 덩어리들을 모두 깨고
낡은 싱크대 배수구 세트도 새 것으로 바꿨습니다.
시원하게 내려가는 물을 보면서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4
아니,
그 때도 조짐이 있었을 겁니다. 분명히.
싱크볼 배수구에는 거름망이 있기 때문에
하수관이 막힐 만한 물건이 갑자기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물이 천천히 빠지고
물이 빠지는 소리가 달라지고
악취가 나기 시작하고
분명 그랬을 텐데
그 때는 처음 겪는 일이라서
왜 그런지 몰랐을 겁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걸 보니 확실합니다.)
그리고 결국 역류해서
마룻바닥을 모두 적셨을 때
그야말로 혼비백산했었죠.
5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한 번 경험해서 알고 있으니
걱정할 게 없었습니다.
해결하면 되니까요.
6
대부분의 사고는 발생하기까지 차근차근 '진행' 됩니다.
그리고 분명히 어떤 조짐을 보입니다.
그것을 알아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평소의 상태를 알고 있어야 하고
뭔가 달라졌을 때 알 수 있도록
항상 주의깊게 살펴야 합니다.
물건이든, 시스템이든, 또는 사람이든.
일반적/일상적이지 않은 현상들을 민감하게 캐치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면
최소한의 피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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